이직 기록

[이직기록] 잃어버린 나의 길을 찾아서 - 이직

dev seon 2023. 8. 4. 20:45

이직을 결심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지금의 직업이 내 길이 아니라면, 그럼 내 길은 무엇일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개발자라는 목표를 정하기까지 고민했던 내용을 정리해보겠다.

 

1. 로스쿨 진학

가장 먼저 고려했던 일이다.

처음에는 이직에 있어 부모님의 반대를 고려했다.

무턱대고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면 크게 반대하실 것이 눈에 보였기에

그럴듯한 직업으로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격에 말을 잘하는 편이라 변호사가 잘 맞을 것 같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기 전에 집리트를 쳐보았다.

작년도 시험지로 집리트를 쳤을 때 결과는 110점 남짓.

A4 용지에 인쇄해 깨알 같은 글씨에 오랜만에 시험이라는 상황에 놓였음에도

생각보다 집리트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학점은 4점 초반이지만 리트 점수를 조금 올리고 면접에는 자신이 있으니

이렇게 로스쿨을 준비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아래는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게 된 이유다.

 

1. 나는 SKY 대학 출신이 아니다.

로스쿨에 가려면 학벌도 영향을 준다던데

교대 졸업생의 로스쿨 입시 결과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 보였다.

 

2. 시간과 돈의 제약

3년이라는 시간을 고등학생 때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

그 기간 동안 돈을 못 버는데 학비는 어마무시하다는 것.

게다가 지방 로스쿨을 갈 경우 생활비도 든다는 것.

 

3. 변호사 시험

요새는 변호사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로스쿨 과정은 3년이지만 변시 재수를 생각하면 4년...

또 변호사 시험에 완전히 떨어질 경우를 상상하면 너무 아쉽다.

 

 

2. 세무사 시험 준비

로스쿨에 비해 기회비용이 덜 드는 전문직을 고민했다.

그 대안은 세무사 시험.

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이 생기고 세무사로 근무할 수 있다.

일을 하면서 준비하거나 그만두고 1-2년 준비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세무사가 되면 세무법인에서 일해도 괜찮지만

언젠가 나의 세무사 사무실을 차려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혼자만의 사무실을 갖는게 좋아보였다.

 

그러나 주변에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다.

법인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돈을 많이 벌려면 사무실을 차려야 한다.

하지만 사무실을 차릴 경우 영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성격상 영업은 도저히 불가할 것 같아서 세무사 시험은 포기했다.

 

 

3. 메디컬 대학 진학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메디컬 분야였다.

대학에 다시 간다면 자격이 나오는 전공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비용을 투자하여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을 만한 직업,

그건 메디컬이었다.

 

중학생 때 나는 약사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른 직업으로 눈을 돌리며 묻힌 과거의 꿈이다.

약사가 되면 작은 약국에서 일하면서 워라벨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연구를 좋아하는 내 성격상 제약회사도 꿈꿨다.

그러나 피트가 사라져 약사가 되기 위해 6년의 시간을 써야하는 건 크리티컬하다.

6년을 쓰고 약사로 일하는 것, 20대 후반에 결정하기에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 외에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최근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정신과 의사가 되어 사람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어 환자의 감정이 전이될 걸 생각하면 힘들 것 같다.

또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전문의를 따기까지 대학병원에서 일할 걸 생각하면

그것도 참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4. 개인사업가

집에서 혼자 일하고 싶어서 프리랜서 직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스마트스토어나 블로그 등으로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접했다.

생각보다 수익이 컸고 집에서만 하는 일이라 괜찮아보였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개인사업가가 될 경우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과연 내가 얼마나 사업을 오래 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얼마나 사업을 망치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분야에 도전하는 건 무서운 일이었다.

 

 

5. 그리고, 개발자

마지막으로 현재, 개발자를 꿈꾸고 있다.

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것.

그러기 위해 가장 적합한 직업은 개발자다.

 

개발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자 성향에 적합한 일이다.

나는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 창작활동을 참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다만 이제 그 소재가 프로그래밍 언어가 될 뿐.

그리고 나는 혼자 일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이 적은 일이 좋다.

계속하여 개발 공부를 해야 하는 점도 자기계발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과 잘 맞다.

아직 많이 접해보지 않아 내가 개발을 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문과였던 나는 내가 과연 컴퓨터공학을 공부해도 괜찮을까,

프로그래밍을 하는게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나는 공부하는 방법을 잘 안다.

내 분야에서 성공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 새로운 공부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부디 이 길이 나의 잃어버린 길이기를.

 

다음 글에서는 비전공자인 내가 어떻게 개발을 공부할 계획인지 정리해보겠다.